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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를 와인처럼 테이스팅 하는 방법은 향의 특징, 맛의 균형, 여운과 기록이라는 세 단계로 정리할 수 있다. 향의 특징을 탐구하는 과정은 차의 출발점을 이해하는 기초이며, 맛의 균형은 차가 지닌 본질적인 조화를 드러낸다. 마지막으로 여운과 기록은 차 경험을 단순한 음용 행위에서 문화적, 예술적 경험으로 확장시키는 도구가 된다. 향의 특징, 맛의 균형, 여운과 기록을 함께 이해하는 것은 차를 깊이 있게 음미하기 위한 핵심이다.

    차 테이스팅 방법, 차 음료를 제조하는 모습
    차 테이스팅 방법, 차 음료를 제조하는 모습

    차 테이스팅 방법, 향의 특징

     

    차를 와인처럼 테이스팅 하는 첫 단계는 바로 향의 특징을 감별하는 것이다. 향은 차를 정의하는 가장 근본적인 요소로, 차의 산지, 토양, 가공 방식, 보관 조건 등 수많은 변수가 반영되어 있다. 향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먼저 찻잎을 마른 상태에서 코에 가까이 가져가고, 건엽에서 느껴지는 첫 향을 기록한다. 녹차의 경우 풀잎 향이나 해조류 향이 두드러지고, 고급 녹차에서는 은은한 견과류 향과 신선한 풀내음이 공존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홍차에서는 꽃향기, 꿀향, 혹은 잘 익은 과일향과 같은 복합적인 향이 퍼져 나오며, 이는 산지와 품종의 특성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차에 물을 부은 직후, 피어오르는 수증기를 통해 2차적인 향을 감지할 수 있으며 이는 찻잎 속 깊숙이 숨어 있던 풍미가 열리며 드러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잔에 따른 후에는 차 표면에서 퍼져 나오는 향을 다시 한번 확인해야 한다. 이때 차를 가볍게 돌려주면 더 풍부한 향의 층위가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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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는 단순히 ‘좋다, 나쁘다’로 평가하는 것을 넘어, 향의 구조적 특징을 분석할 수 있다. 차의 향을 정리할 때는 ‘꽃향, 과일향, 나무향, 흙내음, 구수한 곡물향’과 같이 범주화하여 기록하는 것이 좋다. 차 애호가들은 이러한 기록을 바탕으로 차의 품질을 평가하고, 어떤 산지의 어떤 가공법이 자신에게 더 맞는지를 점차 구체적으로 파악하게 된다. 향은 단순한 감각적 즐거움이 아니라 차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가장 중요한 단서이므로, 테이스팅의 시작은 항상 향의 특징을 탐구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맛의 균형

     

    차 테이스팅의 두 번째 단계는 맛의 균형을 평가하는 것이다. 와인에서 산도, 당도, 타닌, 바디감이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듯, 차에서도 쓴맛, 단맛, 떫은맛, 감칠맛이 서로 상호작용하며 전체적인 맛의 구조를 형성한다. 입에 첫 모금을 머금었을 때 혀 앞부분에서 느껴지는 초기 자극은 차의 첫인상을 형성하고, 혀 중간에서 드러나는 복합적인 맛의 변주는 차의 본질적 개성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목으로 넘어가며 남는 뒷맛은 차의 완성도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녹차에서는 섬세한 감칠맛과 청량감이 잘 어우러져야 하고, 홍차에서는 단맛과 부드러운 쓴맛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보이차나 우롱차처럼 발효가 깊은 차에서는 흙내음, 곡물향, 은은한 단맛이 겹겹이 쌓여 독특한 바디감을 형성한다. 이때 유념해야 할 점은 특정한 맛이 지나치게 튀지 않는가 하는 것이다. 한쪽으로 치우친 맛은 차의 품질을 떨어뜨릴 수 있으며, 오히려 다양한 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질 때 비로소 고급 차로 평가된다. 테이스팅 중에는 ‘첫맛, 중간맛, 뒷맛’을 구분해 가며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첫맛에서는 은은한 단맛, 중간에는 진한 떫은맛, 뒷맛에서는 구수한 곡물향이 여운을 남김’과 같은 방식으로 정리할 수 있다. 맛의 균형을 이해하고 기록하는 습관은 자신이 어떤 차에 끌리는지, 어떤 차를 선호하지 않는지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게 해 준다. 나아가 특정한 상황, 예컨대 식사 후에 어울리는 차, 아침에 마시기 좋은 차 등을 선택하는 기준을 제공한다. 전문가뿐 아니라 일반 애호가에게도 이러한 체계적 접근은 차 생활을 보다 풍요롭게 만들며, 결국 차를 하나의 예술적 경험으로 인식하게 한다.

     

    여운과 기록

     

    차 테이스팅의 마지막 단계는 여운과 기록이다. 여운은 차를 마신 후 입안과 목, 그리고 코에서 남는 감각을 의미한다. 고급 차일수록 여운이 길고 다채롭게 남으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새로운 향이 다시 피어오르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우롱차는 처음에는 꽃향이 지배적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구수한 곡물향이 부각되며, 보이차는 흙내음과 더불어 은은한 단맛이 목 뒤에 오래 남는 특징을 보인다. 여운을 기록할 때는 감각적 언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

     

    단순히 ‘맛있다’라고 쓰기보다는 ‘입안에서 꿀향이 남아 시간이 지날수록 꽃향으로 변한다’와 같이 구체적이고 묘사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표현을 정교화하면 차 경험을 객관화하고, 다시 마셨을 때의 경험과 비교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기록은 테이스팅 과정을 단순한 경험에서 학습과 축적의 과정으로 바꾸어준다. 전문가들은 테이스팅 노트를 작성하며 차의 종류, 산지, 추출 온도와 시간, 그리고 느낀 향과 맛을 꼼꼼히 기록한다. 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만의 데이터베이스가 되어, 어떤 차를 언제 어떻게 마셔야 가장 적합한지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또한 기록을 통해 자신의 감각을 지속적으로 연마할 수 있으며, 다른 사람들과 경험을 공유할 때도 훨씬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차의 여운과 기록은 단순히 차를 음용하는 행위에서 끝나지 않고, 자신만의 차 문화를 구축하는 기반이 된다. 이는 차를 예술로, 철학으로 승화시키는 과정이며, 결국 테이스팅이라는 행위가 단순한 취미를 넘어 삶의 깊이를 더하는 활동으로 자리 잡게 하는 핵심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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