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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라라랜드>는 단순한 고전 헐리우드 뮤지컬에 대한 오마주를 넘어서, 21세기 뮤지컬 장르의 생존 가능성을 새롭게 조명한 작품으로 등장했습니다. 데이미언 셔젤 감독은 복고적 감성과 현대적 감수성을 균형 있게 조합하며, 오래된 형식이라 여겨지던 뮤지컬 장르에 다시 숨을 불어넣었습니다. 이 작품은 재즈, 음악, 춤이라는 세 가지 핵심 축을 통해 과거의 전통과 현재의 혁신을 오가며 장르의 진화를 보여줍니다. 본 글에서는 뮤지컬 영화로서의 <라라랜드>가 어떻게 새 지평을 열었는지, 세 가지 주요 요소를 중심으로 탐구합니다.

라라랜드, 뮤지컬 장르의 진화: 재즈 – 장르의 재맥락화
재즈는 <라라랜드>에서 단순한 배경 음악이 아니라 작품 전체의 정서적 중심으로 기능합니다. 주인공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 분)에게 재즈는 단순한 음악 장르가 아니라, 잊히고 있는 예술이며 반드시 지켜야 할 가치입니다. 영화의 사운드트랙은 전통적인 재즈 모티프를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화성감과 감성을 가미하여, 과거와 현재의 접점을 만들어냅니다. ‘미아와 세바스찬의 테마’ 같은 곡은 감성적 서사를 이끌어내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재즈가 단순한 스타일이 아닌 인물 내면의 갈등을 반영하는 도구로 쓰입니다. 이 영화는 재즈를 단순히 지식인의 음악으로 다루지 않고, 대중이 접근할 수 있는 감정의 언어로 재구성합니다. 기존 뮤지컬들이 주로 빅밴드 형태로 재즈를 묘사한 것과 달리, <라라랜드>는 재즈를 통해 개인의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이는 젊은 관객들에게도 재즈를 낯설지 않게 만들며, 이 장르가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음을 상기시켜 줍니다. 영화 속에서 재즈는 단순한 음악 이상의 존재—하나의 정체성과 정신으로 묘사됩니다.
음악 – 클래식 구조와 대중성의 융합
<라라랜드>의 음악은 과거를 단순히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로 재창조합니다. ‘City of Stars’, ‘Another Day of Sun’ 같은 곡들은 구성상 단순해 보이지만, 캐릭터의 감정과 내면을 효과적으로 전달합니다. 이러한 음악들은 스토리텔링을 위한 도구로 기능하며, 대사에서 노래로의 전환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집니다. 전통적인 뮤지컬이 종종 노래와 극의 연결이 어색했던 것에 비해, 이 작품은 음악을 통해 서사에 몰입하게 만드는 데 성공합니다. 저스틴 허위츠의 작곡은 과도한 프로덕션을 지양하고 멜로디 중심의 단순한 구성을 택함으로써 감정 전달에 집중합니다. 라이언 고슬링과 엠마 스톤의 보컬은 완벽하진 않지만, 이들의 불완전함이 오히려 진정성을 높입니다. 이는 <라라랜드>가 지향하는 핵심 정서—완벽함보다는 진심—과 맞닿아 있습니다. 또한, 영화 전체에 걸쳐 특정 멜로디가 반복되며 변주되는 ‘라이트모티프’ 기법을 활용해 내러티브를 확장합니다. 이는 고전 오페라에서 사용되던 기술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절제된 현대적 감각으로 재구성되어 감정의 흐름을 더 풍부하게 만듭니다. 이렇게 <라라랜드>는 클래식한 틀을 유지하면서도, 현대 관객의 정서에 맞춘 새로운 음악적 언어를 제시합니다.
춤 – 감정의 언어로서의 움직임
<라라랜드>의 춤은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이야기의 핵심 요소로 기능합니다. 영화 초반 고속도로 위의 단체 안무 ‘Another Day of Sun’은 도시의 리듬과 젊음의 열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합니다. 이후 미아와 세바스찬이 언덕 위에서 함께 추는 탭댄스 ‘A Lovely Night’은 이들의 관계에 담긴 미묘한 감정을 몸짓으로 풀어냅니다. 안무가 맨디 무어는 고전 헐리우드 뮤지컬의 스타일을 차용하면서도, 현실적인 인간미를 더해 관객의 공감을 유도합니다. 특히 영화의 후반부, 꿈속 대안 현실을 그리는 환상적인 댄스 시퀀스는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이 장면은 <파리의 미국인> 같은 고전 뮤지컬의 초현실적 무대 연출을 연상시키면서도, 감정의 깊이를 강조하는 현대적 연출이 더해져 새로운 감동을 줍니다. 움직임 하나하나가 캐릭터의 후회, 갈망, 사랑을 대변하며, 관객을 감정적으로 몰입하게 만듭니다. 무엇보다 이 영화에서 춤은 장식이 아닙니다. 대사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들을 춤으로 표현하며, 극의 밀도를 높입니다. 긴 테이크와 실제 춤 장면을 통해 인위적인 컷 없이 감정의 흐름을 이어가며 진정성을 더합니다. 이는 <라라랜드>가 왜 뮤지컬 장르의 진화라 불리는지를 보여주는 결정적인 요소입니다.
결론: 뮤지컬을 위한 새로운 청사진
결론적으로 <라라랜드>는 과거 뮤지컬의 향수를 존중하면서도, 그것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미학을 창조해낸 작품입니다. 재즈는 장르적 뿌리로서, 음악은 서사의 중심축으로서, 춤은 감정의 언어로서 조화를 이룹니다. 이러한 삼위일체 구조는 오늘날 뮤지컬 영화가 나아갈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디지털 시대에 뮤지컬이 여전히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라라랜드>는, 장르의 전환점이자 향후 영화 음악의 미래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기준점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