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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존슨 감독의 2019년 영화 ‘나이브스 아웃(Knives Out)’은 전통적인 추리극의 미학과 현대적인 서사 기법이 조화를 이룬 대표적인 스토리텔링 작품이다. 영화는 미국 상류층 가족의 비극적인 사건을 다루는 동시에, 사회적 메시지와 장르적 전환을 치밀하게 엮어낸다. 특히 복잡한 캐릭터 구성, 정교한 복선 설계, 마지막까지 관객을 속이는 반전 구조는 이 영화의 가장 큰 강점으로 꼽힌다. 본 글에서는 ‘나이브스 아웃’의 스토리를 캐릭터, 복선, 반전이라는 세 가지 중심축으로 깊이 분석하며, 그 서사적 전략과 숨은 매력을 탐구해보고자 한다.
입체적인 캐릭터와 계급의 미묘한 대비
‘나이브스 아웃 (Knives Out)’의 캐릭터 구성은 단순한 인물 배열을 넘어, 사회 계층과 가치관, 도덕성의 충돌을 입체적으로 담아낸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베스트셀러 추리 소설가인 ‘할란 트롬비’가 있고, 그의 사망 사건을 둘러싼 가족 구성원들과 외부 인물들이 주요 캐릭터로 등장한다.
할란의 간병인 ‘마르타 카브레라’는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이다. 그녀는 이민자 가정 출신이라는 점에서 미국 사회의 다문화적 현실과 계층적 긴장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할란 가족은 마르타를 “가족처럼 여긴다”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그녀의 출신과 신분에 대한 편견을 내면에 품고 있다. 이러한 설정은 극 중에서 자주 드러나는 ‘국적이 다르게 언급되는 장면’에서도 확인된다. 어떤 가족 구성원은 마르타를 에콰도르 출신이라 하고, 다른 사람은 우루과이 출신이라 하며, 그녀에 대해 진정으로 관심 없는 이들의 위선을 드러낸다.
할란의 자식들과 손주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탐욕과 위선을 드러낸다. 장녀 린다는 성공한 사업가이자 자수성가형 인물로 보이지만, 그녀의 사업이 아버지의 자본에 의존하고 있음을 영화는 암시한다. 사위 리처드는 외도로 인해 갈등을 일으키며, 아들 월트는 아버지의 출판사를 유지하는 데만 급급한 존재로 묘사된다. 손자 랜섬은 외형적으로 자유로운 사고를 지닌 인물처럼 보이지만, 결국 사건의 핵심 인물로 반전을 이끄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처럼 모든 인물들은 각자의 욕망과 위선을 통해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숨겨진 갈등과 사회적 현실을 드러낸다. 마르타는 이런 위선적 집단 속에서도 유일하게 도덕적으로 일관된 캐릭터로 남는다. 그녀의 ‘진실을 말하면 토한다’는 설정은 도덕적 나침반처럼 작용하며, 관객에게 신뢰감을 주는 동시에 스토리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정교한 복선과 디테일의 미학
‘나이브스 아웃 (Knives Out) ’은 복선이 영화 전체를 조율하는 핵심 장치로 사용된다. 이 영화에서 복선은 단순한 단서 제시가 아니라, 영화 전체를 다시 보게 만들고 전개를 해석하는 데 중요한 열쇠로 작용한다.
가장 대표적인 복선은 마르타의 신체 반응이다. ‘거짓말을 하면 구토한다’는 설정은 이야기 초반에는 기묘한 개성처럼 보이지만, 이야기 중후반과 클라이맥스에서 결정적인 진실을 이끌어내는 트리거가 된다. 예를 들어, 탐정 브누아 블랑과의 대화 도중, 마르타가 진실을 감추려 할 때 구토 반응을 보이며, 그녀의 고뇌와 내면적 갈등이 구체적으로 시각화된다. 관객은 그녀가 진실을 숨길 수 없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녀가 계속해서 거짓을 감추는 과정을 조마조마하게 지켜보게 된다.
복선은 시각적 요소에서도 치밀하게 구현된다. 영화 초반의 집 내부 구성이나, 창문이 열린 장면, 할란의 방에 놓인 약물 병, 벽에 걸린 그림들과 시계, 심지어 개들이 짖는 장면까지 모두가 이야기 후반부에 되돌아오는 중요한 단서들이다. 마르타가 몰래 창문으로 빠져나가는 장면은 창문의 방향, 개 짖는 타이밍, 발자국 등을 통해 시청자가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또한, 유언장을 둘러싼 장면에서도 복선은 긴밀하게 배치된다. 할란은 마르타에게 모든 재산을 상속하는 유언장을 작성했지만, 그 배경에는 마르타를 향한 깊은 신뢰와 동시에 가족에 대한 실망이 자리하고 있다. 이 유언은 단순한 반전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인물의 감정과 가치관이 반영된 중요한 이야기 장치로 기능한다.
클래식한 반전, 그 이상을 넘는 구조적 설계
‘나이브스 아웃 (Knives Out)’은 반전의 미학을 뛰어넘어, 관객의 시선과 감정까지 조종하는 구조적 역전을 만들어낸다. 일반적인 추리영화가 끝까지 범인을 숨기고 마지막에 공개하는 것과 달리, 이 영화는 중반에 이미 마르타가 실수로 약을 바꿔서 할란이 죽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며 기존 공식을 과감히 비튼다. 이는 관객이 더 이상 ‘범인을 찾는 추리’가 아닌 ‘주인공이 들키지 않길 바라는 감정’에 몰입하게 만든다. 감정선의 반전이 이루어지는 순간이다.
하지만 진짜 반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랜섬이 진짜로 약병을 바꿨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마르타는 할란을 죽이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이때 관객은 자신이 처음부터 조작된 정보에 속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이 인식 자체가 영화의 또 다른 ‘정신적 반전’이 된다. 관객이 알고 있던 모든 정보가 뒤집히며, 인물들의 역할과 윤리적 위치 또한 다시 정의된다.
특히 결말부에서 마르타가 집 발코니에서 가족들을 내려다보는 장면은 시각적 상징성이 크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는 가족들이 위에 있고, 마르타는 아래에 있다. 하지만 마지막엔 마르타가 위에서 커피잔을 들고, 아래에 있는 가족들을 내려다본다. 이 구성은 사회적 역전, 권력의 교체를 함축하며, 영화가 이야기하려는 계급적 주제를 비주얼로 상징화한다.
반전은 단지 플롯의 반전만이 아니다. 관객이 어떤 인물을 좋아하고, 어떤 인물에게 불쾌감을 느꼈는지에 대한 감정 판단도 재평가하게 만든다. 이처럼 ‘나이브스 아웃’의 반전은 내러티브 자체를 뒤엎는 동시에 관객의 관점과 윤리 의식까지 흔드는 강력한 장치로 작용한다.
종합의견: 장르를 뛰어넘는 스토리텔링의 완성형
‘나이브스 아웃 (Knives Out)’은 단순한 추리 스릴러를 넘어, 사회적 메시지와 장르적 유희, 감정의 진폭을 모두 담아낸 완성형 스토리텔링 영화다. 각각의 캐릭터는 서사의 기능을 넘어서 관객의 감정을 움직이고, 복선과 반전은 단순한 기술적 기교가 아니라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는 정서적 장치로 작용한다. 관객은 누가 범인인가를 추리하는 것이 아니라, 이 세계 안에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고민하게 된다.
이 영화는 여러 번 볼수록 감춰진 복선과 감정의 균열이 새롭게 보이기에,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이야기할 거리가 많은 작품이다. 영화의 엔딩은 단지 사건의 마무리가 아닌, 새로운 사회적 시각을 제시하는 또 하나의 시작처럼 느껴진다. ‘나이브스 아웃’은 단연코, 단순한 추리극 그 이상을 보여준 이야기의 마스터클래스다.